같은 상처가 다시 떠올라도 제자리걸음은 아닙니다 | 심리상담센터 해맑음


“나는 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같은 기억에 다시 아플까요?”
“혹시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분명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래된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나는 아직 그대로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복은 늘 직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안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이 남아 있느냐보다, 그 기억을 만나는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느냐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감정에 압도되기만 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지금 내가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구나”, “이번 일만의 감정은 아니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감정은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그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흐의 〈샤콘느〉는 같은 바탕 위에서 수많은 변주가 이어집니다.
마음의 회복도 이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슬픔이 다시 찾아오고,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문득 그리워지더라도 그것이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간 시간을 잊는 것이 애도의 목표는 아닙니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기보다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옮기고, 우리는 그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갈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여러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잊고 싶은 마음과 아직 아픈 마음, 괜찮은 척하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마음을 없애기보다 각 감정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천천히 이해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심리상담이 과거의 사건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의 자신을 약하다고 비난하던 시선이, 그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이해하는 시선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같은 기억이 다시 떠올라도 우리는 언제나 같은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는 나의 일부일 수 있지만, 나의 전부일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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