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심리상담센터 해맑음 | 나를 미워하던 내가, 이제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에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구멍.
나도 모르던 그 구멍 속에 나의 수많은 것들이 버려졌다. 나의 슬픔과 아픔. 남들보다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방치되었다.
그리고 오직 “기쁨”이라는 감정을 우선으로 살아왔다. 기뻐야만 좋은 것이고 남을 기쁘게 해야만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쁘지 않은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기쁨만이 행복이고 만족이고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선 슬픔을 나눴을 때 위로를 얻고 더 깊은 사이가 되기도 한다.
분노를 표출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에게는 각자의 엉킨 실타래 같은 감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내겐 분노와 억울함, 슬픔이라는 감정들이 그러했다.
가족을 싫어하는 나, 의욕 없고 게으른 나, 슬프고 우울한 나, 더럽고 추한 나, 구멍 속에 방치된 내 모습은 여전했다.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가능하다면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것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모습이지만 나는 그 모습마저도 사랑받기를 원했다.
누군가 이런 내 모습도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 내가 틀렸다고, 별나다고, 고쳐야 한다고 나를 배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나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지금까지 찾고 있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찾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으니까. 그런데 나는 매번 이 말을 “남”에 무게를 실어서 해석해 왔다.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남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남을 사랑해서 채워진 사랑은 잠깐 있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내게는 오랫동안 내 마음에 머물러있을 진솔한 마음이 필요했다. 그것만이 나를 충만하게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주 한 주 상담을 하고 나를 마주하면서 지금까지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가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드디어 처음 만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더 알아가려고 한다. 나조차도 몰랐던 곳에서 늘 나를 위해 애써왔던 나를, 이제는 알아주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너의 모든 것이 객기가 아니라 용기라는 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앞으로도 우리 같이 살아보자.